진돌.dev
2025.12.07 · 6분 읽기

3년 6개월간 다닌 스타트업에서 퇴사했다

여진석

3년 6개월간 다녔던 회사를 떠났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커리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함께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글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는지 기록하는 회고이다. 개발자로서의 성장과 한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이유를 정리하고자 한다.

3년 6개월을 다닐 수 있었던 이유

1. 분명한 성장 환경

입사 당시 나는 React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 개발자였다. 다행히 회사에는 경험 많은 CTO와 백엔드·프론트엔드 리드 개발자들이 있었고, 그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본기부터 개발자로서의 사고방식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라는 환경 또한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개인의 성장이 곧 팀과 제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회사 역시 이를 장려했다. 그 결과 2024년에는 작은 팀의 리드를 제안받았고, 신규 팀원 면접에 참여하며 팀 구성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신뢰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2.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제품 개발

첫 회사였던 만큼 제품에 대한 애정도 컸다. 단순히 주어진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역할이 아니라, 내 판단과 선택이 실제 사용자 경험과 제품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특히 프론트엔드 팀에서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나 구조 개선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다. React Query, React Hook Form, Zod 같은 라이브러리를 주도적으로 도입하고 팀에 전파했다. 웹뷰 기술을 처음 조사하고 구축하여 이후 다른 프로젝트의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동료 리뷰에서 "진석님이 구축해놓은 코드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작업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 경험은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3. 함께 일했던 사람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동료들이었다.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일할 수 있었다. 회사 밖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이어갔고, 단순한 동료를 넘어 친구에 가까운 관계라고 느꼈다.

매일 보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이 가장 아쉽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1. 회사의 방향성과 역할 구조의 변화

2024년은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시기였다. 제품과 팀에 대한 영향력도 컸고, 개발 자체가 즐거웠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 회사의 우선순위가 급격히 변경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에 개발된 앱이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경영진은 기존 프로젝트를 중단한 뒤 모든 인력을 해당 제품에 집중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사업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판단이었지만, 조직 내부의 준비와 합의 과정은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팀 리드를 제안받고 팀원을 구성하던 시점에 이런 변화가 발생하면서, 역할과 기대치가 크게 흔들렸다. 기존 예상과 다른 기술 스택 환경에 놓이게 된 구성원도 있었고, 이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시점부터 장기적으로 이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2. 의사결정 구조 변화로 인한 괴리감

초기에는 구성원에게 많은 자율과 책임이 주어졌고, 나는 그 구조 속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향성이 바뀐 이후에는 주요 기획과 결정이 상위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비중이 커졌고, 그 맥락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 결과 '왜 이 기능을 개발하는지', '이 작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늘어났다.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속도와 실행이 더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점점 판단의 주체가 아닌 실행자의 역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과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3년 6개월간의 성장

피드백을 통한 성장

입사 초기, 나는 '주어진 일을 하는' 개발자였다. 2022년 하반기 리뷰에서 받은 피드백은 명확했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일하면 더 훌륭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주어진 일을 하는 느낌이 다소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개발 과정 중 이슈나 조율이 필요한 문제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UI/UX에 대해 더 날카롭게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지 생각해보니, 내가 내는 의견을 나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탄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했다.

이 시기부터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23년 하반기부터는 긍정적인 리뷰를 받기 시작했다.

"더 좋은 방향이 있는지 제품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모습이 좋았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모습이 좋았다"

극복하지 못한 피드백

완성도는 3년 내내 지적받은 부분이었다.

"기획 명세에 있는 내용인데도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디자인이 누락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세심하지 못한 성격 탓인지 사소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거의 모든 리뷰에서 받았던 피드백이다.

개선하고자 개발 단위를 작게 나누거나 개발자 테스트 기간을 도입해봤지만, 여전히 사소한 부분을 놓쳤다. 특히 AI와 함께 코딩하면서 이런 일은 더 자주 발생했다.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강점으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I를 활용한 빠른 실행력과 문제 해결력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다.

다음 회사

다음 회사는 올리브영 글로벌팀이다.

3년 6개월간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건, 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팀에서 팀과 개인 모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다음 회사는 조금 걱정된다. HR 면접 당시에도 대기업에서는 스타트업만큼 의견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주셔서 컬쳐핏 부분에서 떨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합격했다.

컬쳐핏에서 합격했으니,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제품에 기여하는 모습일 것이다. 3년 6개월간의 룩코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올리브영에서도 제품을 만들어내는 개발자로 꾸준히 성장하여 개발자로 국한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여진석

커머스 도메인에서 제품과 팀의 개발 방식을 함께 개선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